[벡터유마] 포기

Nogume 2018. 4. 22. 12:21

 “잘 가!”

 

 “내일 보자!”

 

 짧은 듯 긴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하나 둘 학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때였다. 그 모습을 교실 창문으로 바라보는 벡터의 눈에 띄게 선명한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기분 좋게 흔들렸다. 그는 학교가 파하기 전, 제 소중한 친구, 유우마에게 할 말이 있으니 잠시 남아 있어줄 수 있냐고 물었고, 그에 대한 흔쾌한 대답을 얻어낸 상태였다. 이번 주 보건 위원을 담당한 코토리를 도우러 유우마는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벡터는 느긋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우마를 배신할 적에도 이렇게 떨리지 않았건만, 손은 긴장으로 인해 스며 나온 땀으로 축축해진지 오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

 

 정말로 그랬다.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더랬다. 인간계로 흩어진 아스트랄의 기억, 넘버즈 카드를 모조리 파괴하기 위해 Dr.페이커를 이용했으며, 종국에는 전학생으로 찾아와 그와 일부러 친하게 지내 친분을 쌓은 뒤, 사실은 바리안이었다며 그의 마음을 있는 대로 깨부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손을 내밀었지.’

 

 마냥 밝은 빛이던 얼굴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제가 저지른 잘못들을 생각하면 지금 자신이 그에게 하려고 하는 일은 터무니없고, 염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이미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흘러 넘쳐서 더는 감출수가 없게 되었다.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되었던 때가 언제일까. 생각해보면 이미 나는, 처음부터 네게 빠져있었던 걸지도 몰라. 벡터는 스스로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자기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다른 이들은 몰라도, 벡터는 내심 그렇게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었는데, 너에 대한 것만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답지 않은 미안함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회한을 곰곰이 씹어 삼키는 성격은 아니다. 그때도 뻔뻔하게 굴었는데 지금이라고 뻔뻔하게 못 굴까. 벡터는 느끼고 있었다. 제 뻔뻔함은 이미 한참 전에 도를 넘어, 유우마가 저와 같은 마음이기를 바라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그러나 자꾸만 막힘없이 떠오르는 그동안의 일들 때문에 들떴던 기분은 한없이 가라앉아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기다리고 기다렸던 이가 왔다. 교실 문을 열고서 씩씩하게 들어오는 걸음걸이는 소리만 들어도 알 수가 있다. 벡터는 가라앉은 표정을 지우고 금세 밝아진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유우마군!”

 

 “할 말이 있다고 했었잖아. 무슨 이야기인데? 혹시 또 바리안계에서 뭔가......?”

 

 유우마가 경계어린 눈으로 주변을 휙휙 둘러보자 벡터는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저를 걱정해주는가 싶어 불안감으로 뒤덮였던 마음이 조금은 맑게 갠 듯했다. 몇 번인가 입술을 달싹인 끝에 벡터는 조금 어렵게 말을 꺼냈다.

 

 “유우마, 내가 널 부른 이유는. 널 부른 건. 아니, 나도 꽤나 오랫동안 고민하고 정말 이래야할까 여러 번 생각한 끝에 부탁하는 거야.”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 뱅뱅 돌리듯 말을 하니 유우마가 고개를 갸웃 했다. 그 모습마저도 너는 사랑스럽구나. 벡터는 다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유우마.”

 

 “?”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널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게 해줘.”

 

 저질렀다. 동시에 후련했다. 시야가 흐려지다가 이내 맑게 개었다. 울고 있구나, 하고 짐작할 새도 없이 백터는 이어서 입을 열었다.

 

 “이번만, 이번 한 번만. 그러고서 깔끔하게 포기할게. 제발.”

 

 유우마는 고개를 다시 한 번 더 갸웃했다. 그러고는 이내 밝게 웃으며 마주 잡은 손을 꼭 잡아왔다. 그 힘과 온기에 희망이 따스하게 비춰줄 찰나였다.

 

 “무슨 소리야, 신게츠? 괜찮아! 나도 신게츠를 좋아하는걸!”

 

 아.

 무슨 소리가 들렸나?

 

 벡터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유우마가 저를 좋아한다고 말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유우마의 말 속에 녹아있는 좋아함, 제가 오랫동안 끌어안고 살아왔던 그 좋아함과의 성질이 달랐음을 가슴 시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유우마 너는, 너는.......

 

 ‘지금만큼은 이렇게 잔인할 수가 없구나.’

 

 고여 있던 마음은 흘러내리기를 멈추었다. 놀랄 만치 버석하게 말라버린 얼굴에는 오롯한 절망뿐이었다. 유우마, 유우마, 유우마. 닿지 못한 이름은 혀 끝을 아릿하게 맴돌다가 이내 흩어져버렸다. 본래 성질이었더라면 한참을 탓하고도 남았을 텐데, 농밀하게 잘 익은 첫사랑은 눈앞에 있는 이를 원망할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프다. 아프다. 이렇게 아픈데도 너는 여전히 사랑스럽구나. 잡은 손을, 또한 잡힌 손을 놓지 못한 채 벡터는 유우마의 어깨에 기대어 메마른 웃음을 토했다. 신게츠? 하고 조금은 당황한 목소리가 귀 옆에서 울렸다.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유우마의 어깨에 얼굴을 비비던 벡터는 어깨에 묻혀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말했다.

 

 “있지 유우마, 이번 한 번만 널 안게 해줘. 그래도 되잖아?”

 

 처연한 물러남이 담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벡터는 쥐고 있던 손을 놓고 유우마를 품에 그러안았다. 유우마의 의사는 포함되지 않은, 이게 마지막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벡터의 투정어린 폭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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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보니 의외로 공포 2천자가 넘엇다고 합니다,,,기준이 모야 대채,,한 200자도 안댈 줄 알앗는대,,,

이 뒤로는 갠적으로 벡터가 지옥의 플러팅을 계속 걸어서 유우마 넘어오게 하는 이야기엿으면 좋갯다는 생각,,,ㅎ(조라

공포 2531 공미포 1882 임니다 리케글 썻다구~!(덩실덩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