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츠 레이, 아니 벡터가 학교를 그만둔 지 벌써 4개월 하고도 6일이 지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돈 사우전드와의 듀얼도 아스트랄과의 듀얼도 끝나고 누메론 코드의 힘으로 모두가 무사히 인간계로 돌아왔으나 그 후에 벡터는 자퇴를 원했고, 담임은 자퇴는 받을 수 없지만 굳이 원한다면 자퇴 대신에 휴학으로 처리를 하겠다고 하여 벡터는 그걸로 담임과 합의를 본 상황이었다. 유우마와 넘버즈 클럽 친구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벡터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 지 두 달은 족히 넘어서였다. 모든 사건들이 끝났고, 평화롭게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과거 신게츠 레이가 앉았던 자리에 모인 이들 중 적어도 츠쿠모 유우마는 벡터의 부재로 인한 빈자리의 존재감을 크게 느꼈다.
"오늘도 찾으러 가는거야?"
"응."
최근들어 유우마는 학교가 끝나면 온갖 거리와 골목을 구석구석 빠짐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애들 사이에서 돌던 소문 속에서 신게츠가 학교에 나오지 않고 위험한 자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엮일 일도, 스스로 발을 들일 일도 없는 영역이었지만 유우마는 오로지 벡터를 찾아 일상 속으로 데려오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그 위험한 동네를 헤집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오래라면 오랫동안 그를 찾아다닌 탓에 이제는 거의 일상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신게츠."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는 오늘도 변함없이 따스했다. 유우마가 바지런히 헤매고 있는 골목길과는 너무나도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헤매고 있다고 표현을 했지만 요 몇 개월간 여러 번 돌아다니고 또 돌아다녔기에 알만한 골목길은 어느정도 익숙해진 상태였다.
'오늘은 저 쪽으로 가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유우마가 눈길을 돌린 곳은 골목길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곳이었다. 대낮에도 불빛 한 점 없어서 몇 번 앞을 지나갈 때마다 께름칙한 감각이 등줄기를 섬뜩하게 긁어서 유우마 자신도 모르게 기피하던 길이었다.
"어두워……."
험한 골목길을 헤매느라 신발은 이미 옛적에 진창이 되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는 또 다른 종류의 음습함이 밑창을 꾸덕하게 덧칠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우마는 점점 더 골목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골목은 이미 깊은 밤이 내려앉은 듯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제는 앞뒤마저 분간을 하기가 어려워질 정도로 길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해가 아까보단 좀 더 기운 것을 확인했지만, 그렇다쳐도 너무 이상한 어둠이었다. 이미 불길함은 유우마의 몸을 두텁게 감싸 안아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여기엔 없었나보다, 내가 착각했는가보다 하며 뒤돌아 도망치고 싶었지만 불길함이 그런 그를 보고 낮게 웃으며 유우마의 발을 붙잡아 놔주지 않았다. 꼴깍, 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도 느껴졌다. 정말 이대로 갈거야?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저 안에, 네가 그리 만나길 바라 마지 않는 신게츠 레이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신게츠."
심호흡 끝에 소름으로 뒤덮인 팔을 들어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제 얼굴을 몇 번 두들겼다. 그 행동만으로 어느정도 두려움은 가셨는지 손의 떨림이 조금 줄어들었다.
"캇토빙이야, 나!"
유우마의 외침이 골목 이곳 저곳 튕겨나듯이 번졌다. 발이 이끄는대로, 불길함이 떠미는 곳으로 유우마는 달리고 또 달렸다. 잠깐 멈추고서 바라본 눈 앞의 길은 바로 달려온 길보다 훨씬 더 어두웠다. 이쯤되면 아무리 바보여도 이 어둠이 정상적인 어둠이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우마는 눈 앞에서 일렁이는 어둠의 품을 향해 힘차게 뛰어들었다.
"─츠쿠모 유우마?"
농도가 짙은 어둠은 숫제 질량이라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물속을 헤엄쳐나가는 것처럼 허우적대던 유우마의 귓가에, 그렇게나 애타게 찾았던 목소리가 빠르게 내리꽂혔다. 눈을 들어 확인한 그 곳에 벡터가 어둠에 잡아먹힌 채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신게츠!"
유우마의 외침에 사방에 끈끈하게 달라붙어있던 어둠이 모두 저를 향해 시선을 돌린 것 같아 유우마는 다시금 핏기가 내려가는 공포를 느꼈다. 온몸의 피가 어둠속으로 빠져나간게 아닐까, 그 와중에도 유우마는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유우마의 등장에 조금 놀란 얼굴의 벡터가 어둠속을 휘젓고 나왔다. 역시나 보통의 어둠이 아니었던지 벡터의 손짓 몇 번에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금새 떨어져나갔다.
"……지금 건?"
"내가 그동안 저질러왔던 죄야."
"그래……."
"이곳에는 왜 온거야?"
물어오는 벡터의 목소리에는 유우마를 향한 일종의 강한 거부가 들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우마는 눈 앞에 익숙한 이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안심한 눈동자와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야 네가 없으니까, 널 데리러 왔어! 같이 돌아가자, 신게츠."
그렇게 말하며 유우마는 벡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손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벡터의 모습에 유우마가 좀 더 용기를 얻었는지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갔다.
"모두들, 코토리나 테츠오나 반장도 모두가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어."
아까보다 좀 더 힘있게 뻗은 팔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벡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썩 유쾌한 대답은 아니었다.
"아니, 됐어."
"왜?"
"그곳에 돌아가봤자 난 더 비참해질 뿐이야."
그리고 그것은 유우마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답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신게츠?"
내가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걸까? 유우마가 애써 머리를 굴려가며 기억을 하나하나 뒤집어볼 때였다. 상념은 그만두라는 듯이 벡터의 대답이 날카롭게 유우마를 헤집었다.
"정말로 모르겠어? 아직도 모르겠냐고."
"……."
"넌 날 향해서 웃어주겠지. 언제나처럼. 하지만 날 위해서 울어주진 않을거야. 그렇잖아?"
무슨 말을 하는걸까. 유우마는 조금 이해가 안된다는 눈으로 벡터를 바라보았다. 아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어렴풋하게나마 가닥을 잡을 것도 같았지만 결국 유우마는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유우마의 눈에 비친 벡터는 새까맣게 일그러진 괴로움으로 얼룩져있었다.
"하지만."
어둠이 기어이 목 안을 침범한걸까, 자꾸만 목이 매여오는 탓에 몇 번이고 침을 삼킨다.
"하지만 이대로 널 내버려두고 갈 순 없어."
유우마의 대답에 벡터는 반사적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 소리에 유우마의 표정이 조금 아릿하게 일그러졌다. 영원과도 같던 잠깐의 침묵 끝에 벡터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자상하구나. 나 뿐만이 아닌 다른 누구에게라도. 하지만 그런 잔인한 자상함따윈 내게 필요 없어."
종잇장처럼 구겨진 미소는 벡터답지 않은 것이었다. 빨리 돌아가라, 짧은 작별을 남긴 채 벡터는 그 자리를 떠났다. 아니, 떠나려고 했다. 지나치려던 저를 붙잡는 손만 아니었어도.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상관 없어. 나는, 나는 네가 없는 빈자리가, 너무 크고 서늘하게 느껴져. 나는, 나는."
푹 젖은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숨을 골랐다.
"드디어 되찾은 평화로운 일상에 네가 없는 게 싫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추락하는 물방울들이 어두운 골목속에서도 분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빛이 시려워서 벡터는 저도 모르게 눈을 팍 찡그렸다. 더 이상 오지마, 너도 이 원한들에 먹혀들기 싫으면. 냉정하게 손을 털어내고 그 자리를 떠나는 벡터를 유우마는 자리에 못박힌 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 밤에 유성우를 볼 수있다.
학교는 전체적으로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애들이 시끄러운거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니었으나 흔히 볼 수 없는 유성우를 오늘 밤에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가 교내 분위기를 한 층더 고양시켰다. 들뜬 분위기는 유우마네 친구들도 피해가지 못했다. 유우마를 구심점으로 모인 친구들은 흥분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코토리가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내일 밤에 다같이 유성우 보러 가지 않을래?"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찬성입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유성우……상상만해도 멋지다냐!"
"물론 유우마 너도 같이 가는거지?"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코토리의 질문에 유우마가 퍼드득 상체를 세웠다. 평소였더라면 유우마의 머릿속은 듀얼로 가득 물들어있었을테지만 어제 벡터와 나눴던 대화때문에 유우마는 내내 현실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내가아?"
길게 늘어지는 말꼬리엔 유성우에 대해 회의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걸 기민하게 알아차린 코토리가 뚱한 얼굴로 말했다.
"이번에도 빠지려고?"
"그치만 딱히……생각이 없어."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에서 무언가를 감지한걸까, 코토리가 잠깐 나와보라며 유우마를 끌고 교실 밖을 나갔다. 풀어지지 않은 표정으로 있는 유우마에게 다시 시선을 돌린 코토리의 시선은 유우마만큼은 아니어도 어느정도 무겁게 가라앉은 상태였다.
"어제 드디어 만난거야?"
"……."
누구를 가리키는건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유우마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시선이 바닥을 향하는 걸 보며 코토리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우마 너답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거 아니었어? 듀얼도, 친구도."
"……."
"마침 내일은 유성우도 볼 수 있다니까 그걸 핑계 대서라도 어떻게든 다시 불러봐. 캇토빙이라고, 유우마."
그리 말하며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은 부드러웠다. 고마워 코토리. 짧지만 진심이 담긴 인사에 코토리도 그제서야 밝게 웃음을 그린다.
"이따 방과후에 권유하러 가는거지?"
"응."
갈 길이 바쁘겠네, 미리 인사할게. 잘 다녀와. 코토리의 인사에 유우마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골목을 향해 달려가는 발걸음은 어제보다도 더 힘이 넘쳤다. 여전히 골목길은 험하고 어두웠지만 유우마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어제 달려갔던 길을 애써 머릿속에 그리며 유우마는 입으로 벡터를 하염없이 불렀다.
"신게츠! 신게츠! 여기에 있는거지?!"
어둠이 고개를 빠꼼 내밀며 침묵속에 잠들어있는 골목을 시끄럽게 깨우는 유우마를 바라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우마는 꿋꿋하게 달리며 골목 안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내일! 내일 밤에 유성우가 뜨니까! 너도 같이 와줬으면 좋겠어! 신게츠!"
유우마의 외침이 골목 구석구석을 타고 번져나갔다. 달리고 또 달린 끝에 어제 벡터와 만난 자리에까지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벡터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래도 벡터가 어딘가에서 듣고 있으리라 믿으며 유우마는 다시 한 번 더 크게 외쳤다.
"기다리고 있을게! 서쪽에 있는 산꼭대기에서!"
유우마의 외침은 빠르게 골목 안을 물결치듯 빠져나가버렸다. 그렇더라도 벡터에게 분명히 전해졌으리라 믿으며, 유우마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돌렸다.
"기다릴거니까. 꼭 와."
벡터에게라기보단 자기 자신에게 하는 다짐과도 같은 마지막 속삭임이었다.
"이게 뭐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들고 와봤어."
코토리가 건네준 것은 다름아닌 시디 플레이어였다. 이따가 유성우가 쏟아질 때 맞춰서 틀어봐! 코토리의 말에 유우마는 손에 들고 있는 시디 플레이어의 뚜껑을 열었다. 과연 안에는 꼬부랑 영문으로 제목이 쓰여진 시디가 한 장 들어있었다. 이런 옛날 기계를 어디서 이렇게 구해왔대? 아마 코토리가 들었으면 등짝을 시원하게 후려갈길 소리였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토리는 이미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안오는 건가……."
시간이 점점 가까워져감에도 불구하고 벡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초조해지는 마음에 괜히 손에 쥔 플레이어만 애꿎게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신경을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시작한다!"
"와!!"
멀리 떨어져있던 아이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하늘을 가리켰다. 그에 친구들에게 잠깐 돌렸던 시선을 고쳐서 유우마도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빛줄기가 하나 둘 나타나더니 금새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말로, 절경인 광경이었다. 그러나 유우마에겐 별 다른 울림을 주진 못했다.
다른 곳에서라도, 넌 이걸 보고 있을까? 그는 하늘을 보던 시선을 내렸다. 제대로 된 약속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멋대로 벡터는 약속을 지키러 와주리라 믿고 있었던 탓에 아까까지만 해도 애써 기대감으로 밝게 붙잡아둔 표정이 서서히 허물어져내리고 있었다. 먼저 돌아갈까. 이건 돌려줘야겠지. 작동조차 시키지 않은 시디 플레이어를 돌려주려고 내렸던 고개를 다시 들어올렸을 때였다.
"─신게츠?"
이리저리 자라있는 나무들 사이에서 그는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던걸까. 믿기지가 않는다는 눈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갔다. 거리가 겨우 세 발자국쯤 남았을까, 유우마는 다시 한 번 더 목소리를 짜냈다.
"신게츠."
"뭡니까, 유우마군? 나 없이도 즐겁게 즐기고 있나 했었더니."
이전의 신게츠처럼, 벡터가 아닌 신게츠 레이로 있었던 시절로 돌아간 것 마냥 '잘될거라 생각해서' 톤으로 벡터가 입을 열었다. 그에 유우마는 환상이 아니구나, 라며 빠르게 다가가 벡터의 손을 잡아끌었다.
"거기서 보면 잘 보이겠어? 좀 더 트인 곳으로 나와야지!"
"……거기보단 이쪽이 더 잘 보인다고, 유우마군."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끌던 유우마의 손을 다시 붙잡은 벡터가 반대로 유우마를 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길인지 발 밑에 채이는 땅이 울퉁불퉁 고르지 못했다. 경사만 보면 올라가는 게 확실한 길을 벡터가 이끄는대로 따라 걷자 금방 눈 앞에 작게 트인 공간이 나왔다. 공터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공간이지만 그래도 서너사람 정도는 편하게 앉을 수 있을만한 곳이었다. 벡터의 말대로인지 아니면 그냥 그런 기분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쏟아지는 유성우가 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건 또 뭐야?"
"아, 이거."
벡터의 물음에 유우마가 반대쪽 손으로 내려다 보았다. 손에는 아까 코토리가 쥐어운 시디 플레이어가 들려있었다. 우와, 언제적 물건이야. 솔직하게 감상을 뱉는 벡터의 말에 유우마가 킥킥 웃으며 그치? 코토리가 유성우가 쏟아질 때 들어보라고 줬어. 라고 받아친다. 단지 바라던 이가 눈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우마의 어깨위로 나풀나풀 가라앉던 부정적인 분위기가 금새 사라져버린다.
"한 번 틀어봐."
"그래."
아무리 옛날 물건이라고는 하지만 조작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금방 재생버튼을 누르자 시디 플레이어가 웅장하게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이잖아?"
"그래?"
"확실히 이런 밤에 잘 어울리긴 하네."
둘은 다시 밤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시간이 좀 지났을까, 그렇게 유우마와 함께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던 벡터가 돌연 벌떡 일어났다. 그 움직임에 놀란 유우마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 있어? 뭐야? 당황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유우마를 향해 벡터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한껏 그렸다. 그리고 이내 유우마를 번쩍 안아올렸다.
"으악, 신게츠?!"
갑자기 들어올려진 바람에 놀라서 그대로 제 목에 건 팔에 힘을 주는 유우마를 본 벡터가 입을 열어 노래를 시작했다.
"O Freunde, nicht diese Töne!
오 벗들이여, 이 가락이 아닌
Sondern lasst uns angenehmere
더욱 즐거운 그리고 기쁨에 넘치는
anstimmen und freudenvollere.
노래를 함께 부르자!
Freude! Freude!
환희여! 환희여!
Freude, schöner Götterfunken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Tochter aus Elysium,
낙원의 여인들이여
Wir betreten feuertrunken,
정열에 넘치는 우리들은
Himmlische, dein Heiligtum!
그대의 성소에 들어가리!
Deine Zauber binden wieder
가혹한 세상이 갈라놓았던 것들을
Was die Mode streng geteilt;
그대의 매력이 다시 결합시키는도다.
Alle Menschen werden Brüder,
그대의 고요한 날개가 머무는 곳에서
Wo dein sanfter Flügel weilt.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된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노래가사에 유우마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런 유우마를 본 벡터가 짧게 웃음을 흘렸다.
"몰라? 이 음악 가사잖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가사."
"그야 수업시간에는 항상……."
잤으니까. 너도 알다시피. 그보다 가사까지는 가르쳐주지 않았을텐데? 마지막에 가서는 거의 혼잣말에 가까웠지만 그 말에 벡터가 다시 킥킥 웃었다.
"그러면 부르는 보람이 없겠네."
"아, 아냐! 계속 불러줘! 방금 너 진짜 굉장히 위대하게 보였다고!"
장난스런 벡터의 부정에 유우마가 빠르게 고개를 도리질쳤다. 위대하게 보인다니. 그렇게 좋아하다니, 그럼 잘될 거라 생각하고 더 불러볼까? 그 말에 유우마는 금방 또 벡터가 말을 바꿀세라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만족스럽게 웃은 벡터가 다시 입을 열어 노래를 마저 부르기 시작했다.
조용한 산 구석에 쏟아지는 별무리와 웅장하게 흐르는 음악 가운데 벡터의 목소리만이 유우마의 세계에서 존재감을 채우고 있었다.
**
벡터가 노래부르는 장면은 건슬링거걸 1기 마지막화인가 그 부분을 오마주 해봣읍니다만 실패한 거 같고
노래 가사는 네이버 지식인과 연주 영상에 나오는 자막을 가져다 썼읍니다
공포 8498 공미포 6307자 채웟네예 늦어서 쏘리 ㅎ
근데 진짜 굉장히 아무말로 채웠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 도-데모 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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