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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유마] 너에게로 떠나는 여행

 "손이 많이 차가워졌구나, 유우마."

 앞으로 영원히 보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이와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마주한 아스트랄이 제 손을 잡고서 기나긴 침묵 끝에 내밀은 첫 마디였다.



 길고도 짧았던 격동의 시간은 소중한 이와의 이별과 함께 안녕을 고했다. 그렇게 서로 안녕을 고했으나 헤어짐이 남긴 감각이 채 아물기도 전에 옛날 유우마가 봉인된 아스트랄을 구하기 위해 아스트랄계에서 벌인 일에 의한, 어쩌면 그 날로 예견되었을 위험이 아스트랄계에 다른 형태로 찾아왔고 모두가 아스트랄계를 그 위험속에서 구해낸 것을 마지막으로 이 곳 인간계와 그 곳 아스트랄계의 연결은 정말로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 보통의 어른들조차 겪지 못할 일을 끊임없이 겪어온 츠쿠모 유우마는 어느샌가 사람이 달라져있었다. 그렇게 하기 싫다며 끔찍하게도 피하던 공부에 스스로 손을 대기 시작했고, 제 부모님을 따라 모험을 떠났으며, 때로는 쓰리와 함께 고대 문물에 대한 토론을 나누기까지 했다. 주변에서는 그런 유우마에게 웬일이나며 어차피 유우마니까 작심삼일이 될거라는둥 유우마의 단순한 변덕쯤으로 치부했으나 그의 그 '별난 행동'이 예상을 엎고 계속 이어지자 놀라워할 수밖에 없던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래도 유우마가 드디어 철이 든 게 아니겠냐며 주변의 친구들은 유우마에게 축하를 해주었다. 다만 왜 그렇게 갑자기 열심인거야? 라고 묻는 말에 유우마는 그저 애매하게 조금 웃을 뿐이었다.
 가족인 아카리와 할머니는 사정이 달랐다. 유우마를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이들이었기에 유우마의 상태가 이상하고 또 이상하며, 이것이 절대로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란 것을 두 사람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과 다르게 애석하게도 오랫동안 헤어져있느라 함께 지낼 시간이 얼마 없었던 유우마의 부모는 유우마의 부정적인 변화를 금새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언젠가 식탁 앞에서 '나도 아빠나 엄마처럼 모험가가 되고 싶다'라고 불쑥 던진 유우마의 말은 아카리에게도 할머니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부모는 그런 유우마를 보며 약간은 농담처럼, '우리 집에 다음 대의 모험가가 나오는거냐'며 웃었다. 누나와 할머니는 농담으로라도 웃을 수가 없었다.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유우마인 만큼,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또 메꾸느라 밤을 새는 경우도 많았다. 당장은 유우마가 어린 나이이기에 하루 이틀 밤을 연속적으로 깨어있어도 당장 큰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갑작스럽게 닥친 혹독한 스케줄은 언젠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유우마의 건강을 빠르게 갉아먹을 것이 틀림없었다. 또한 이 무렵, 유우마는 듀얼밥보다도 자연스럽게 커피와 각성 드링크를 입에 달고 살기 시작했다.
 유우마가 공부하기 시작한 덕에 듀얼을 포기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지독하리만치 반복적인 공부가 끝나면 유우마는 뜬 눈으로 전술을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운 무언가를 떠올리듯 촉촉하게 반짝이며 빛나는 눈으로 카드를 꼼꼼히 살펴보는 유우마의 모습은 흡사 공포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광기에 찬 매드 사이언티스트와도 비슷했다.

 …형태는 많이 달랐지만 이것이 유우마에게 발현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였다.

 츠쿠모 유우마가 가지게 된 새로운 목표는 단 하나였다.

 '아스트랄과의 재회.'

 아스트랄계와 인간계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졌을리가 없다. 유우마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아스트랄은 유우마 자신과 짧다면 길고 길다면 짧은 '세월'이라는 이름의 자국을 깊게 남기고 떠났다. 첫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스트랄을 향한 그리움을 누구보다도 깊게 느끼고 있던 유우마였다. 아스트랄계를 구하러 간 거지 평화롭게 좋은 일로 찾아간 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랄계에서 인간계로 돌아가는 유우마의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쉬움이 짙게 남은 얼굴로 유우마는 아스트랄의 손을 꼭 붙잡았더랬다.

 "이제 그만 돌아가야지, 유우마."

 "응. 가야지……."

 말은 그렇게 해도 유우마의 손은 아스트랄의 손에서 떨어져나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아스트랄이 유우마의 손을 곧고 가느다란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보며 조금 웃었다.

 "유우마, 네 손은 따뜻하구나. 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를 위해 앞으로는 우리가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되겠지만, 난 이 손의 따스함을 영원히 기억하며 살아갈 것이야. 네게도, 내 손의 체온을 기억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까?"

 "당연한 거 아니겠어? 네가 부탁하지 않아도, 아니 기를 쓰고 말려도 잊지 않을거야, 아스트랄."

 그 어떤때보다도 확고하게 대답을 한 유우마를 보며 아스트랄은 다시 한 번 더 웃음을 머금었다. 인간계로 통하는 길은 열려있었고 유우마와 같이 왔던 다른 동료들은 이미 벌써 통로로 들어간 상태였다. 아쉬워하는 손이 어렵사리 떨어지고 물에 젖은 솜마냥 무거운 발을 땅에 질질 끌듯이 들어올려 억지로 발걸음을 옮기던 유우마는 통로에 한 발을 디딘 채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자기를 전송중인 아스트랄을 향해 돌아서서 크게 외쳤다.

 "아스트랄!! …!! …! ……게!"

 제대로 닿지 않은 외침이 사라지기 전에 아스트랄은 '유우마의 반짝이던 눈물을 본 것도 같다'고 생각했다.

 유우마는 한시라도 빨리 아스트랄을 만나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바쁘게 삶을 보낸 탓에 자신과 자기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지낸 유우마가 스스로 깨닫기도 전에 그는 한 명의 성인으로 자라났다. 그간 유우마가 보인 노력은 정말 눈물겨웠다. 그 바보가 우리 학교의 최우수 학생으로 졸업할줄이야, 라고 말하며 졸업식날 그의 어깨를 두드려줬던 담임의 감탄대로, 유우마의 기세는 마치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기세였다. 그 화려함에 눈길을 빼앗겨서 이면의 불안감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유우마는 바라던대로 부모님의 뒤를 이어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니, 이곳저곳 다니는 것처럼 보이기만 했을 뿐이지 아스트랄계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치면 유우마는 망설임없이 그 장소에 발을 들였고 꼼꼼하게 관찰하고 빠짐없이 기록을 했다. 그로 인해 부수적으로 유우마가 발견하고 수정하여 새로이 발표된 논문들은 고고학과 과학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보여주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유우마에겐 어찌되든 상관 없는 일이었다. 당장 유우마에게 중요한 것은 아스트랄이었으니까.
 다른 분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관계가 없진 않은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카이토나 트론가는 유우마의 목적을 한참 뒤늦게서야, 그러나 유우마의 주변인물들 중에서는 가장 빠르게 알아차렸다. 쓸데없는 짓이라며 혀를 차기엔 이미 유우마가 부수적으로 이뤄낸 업적들과 실낱같이 가느다랗지만 확실한 형태를 잡아가는 희망이 있어 그들은 유우마를 말리지도 못했다. 확고한 의지 앞에 그들은 그저 언젠가 또 다시 찾아올 작별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또 적잖은 세월이 흘렀다. 새파랗던 청년 유우마는 이제 어릴 적 제 아버지가 행방불명이 되었을 시기의 나이대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세월이 유우마를 할퀴고 지나간 흔적들이 유우마의 손 끝에 굳은살로 변해 박혀갈 무렵이었다. 유우마의 노력을 신이 겨우 알아주기라도 한 것일까, 오랜 나날을 거쳐서 유우마는 드디어 아스트랄계로 떠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 날 기쁨과 환희속에 누구에게도 차마 토해내지 못한 괴로움과 설움, 외로움, 두려움을 한데 껴안고서 길게 울음을 토해냈더랬다. 진한 눈물이 이루는 물결 사이로 뭉개지고 흐려진 발음으로 그가 애써 토해낸 말은 '이제 너를 만날 수 있다.' 였다.
 이 뒤로는 놀랄 것도 없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유우마가 변했을 무렵부터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낸 상태였던 아카리는 유우마의 작별인사에 '그러냐'며 조용히 그를 껴안아주었다. 아스트랄만 생각하느라 주변을 조금도 돌아보지도 신경쓰지도 못했던 유우마는 그제서야 나이 먹은 누나의 주름잡힌 손과 나이가 들었음에도 변함없이 따뜻함을 품고서 온화하게 내려앉은 눈을 보게 되었다. 이젠 저보다 훨씬 작아진 아카리를 꼭 껴안고 그동안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뒤늦은 사죄를 울음속에 쏟아내었다. 캇토빙이야, 유우마. 그렇지? 힘들고 지칠 땐 네가 어디서 뭘 하든 항상 이곳에 네가 돌아오면 반겨줄 가족이 있다는 걸 잊지 마렴. 아카리의 위로는 유우마를 더욱 더 크게 울렸다.
유우마의 친구들은 이제서야 그 때 유우마가 갑자기 변했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아마 그 어린 시절에 지금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울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도 유우마가 자란 만큼 어른이 되었다. 흐르지 않는 눈물만큼의 씁쓰레한 미소를 담고서 그들 또한 유우마를 향해 마음 시린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얼마 뒤, 유우마는 미련 한 줌 남기지 않은 채 아스트랄계로 떠나버렸다.

 아스트랄계로 오는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과거에도 아스트랄계로 가기 위해 험한 과정을 거쳤었지만, 지금에 비하면 그때의 경험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신을 동시다발적으로 덮쳐오는 고통, 고통, 고통. 푹 삶은 고기를 결대로 찢어버리는 것처럼. 아니면 신체를 이루는 틈새마다 불길이 동시에 치솟는 것처럼. 상상 이상의 고통에 의해 저도 모르게 얼마나 기절해 있던걸까. 거의 발작적으로 눈을 홉뜬 유우마는 인간계에서 아스트랄계로 넘어오던 때 받은 고통의 후유증으로 인해 당장 정확하게 사고가 돌아가지 않았다. 한참을 그리 멍하게 자리에 주저앉아 호흡만 간신히 하기를 또 몇 시간, 유우마는 겨우겨우 자신을 기억하고 최종적인 목표를 떠올렸다. 아직 고통으로 인해 저릿한 온 몸을 애써 일으켜 세운 그는 여전히 변치 않은 아스트랄계를 감개무량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옛날과 같이 신비로운 세계로구나. 다리의 후들거림이 겨우 멈추자 유우마는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멀리서 들려온 목소리만 아니었어도.

 "유우마?"

 평생 잊지 못했던, 잊을리가 없던 목소리가 가슴을 두드린다. 어렵게 어렵게 눈을 돌린 그 곳에는,

 "아스트랄."

 아스트랄이 놀란 표정으로 유우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이 많이 차가워졌구나, 유우마."

  으로 영원히 보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이와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마주한 아스트랄이 제 손을 잡고서 기나긴 침묵 끝에 내밀은 첫 마디였다. 그리고 유우마는, 그 안에 담긴 반가움과 기쁨을 읽어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제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그러하기에.







Q. 제목 저거 버x의 노래 제목이랑 닮은거 같은데요
A. 제목 뭘로 할까 하다가 드립좀 쳐봣어요 제목 진지하게 보지 마셈ㅎ

Q. 개연성 도꼬?
A. 개연성? 뭐죠 그건? 먹는건가? 우걱우걱

Q. 글 졸라 못쓰내요
A. 그야 소비러니까요(눈물줄줄ㄹ

공포 5051 공미포 3814자가 되엇읍니다 나도 장편으로 개쩌는 썰좀 쭉쭉 써보고싶다(멀리 앞서가기만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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